엄마도 사람이야 -(by 이서원)

엄마도 사람이야 -(by 이서원)

마리엣다 2 1,641 2020.10.13 16:55

엄마도 사람이야
                                      이서원 글
어린 아이에게 엄마는 신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이가 들어서도 엄마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신으로 생각하는 자식들이 많다. "그때 엄마 나한테 왜 그랬어?" " "그땐 나에게 그러지 말았어야지!"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엄마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 밑 바닥에는 '엄마는 완전한 존재였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전제는 올바른 것일까?
냉정하게 말한다면 그렇게 완전한 엄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는 완전한 존재도 신은 더더구나 아니다. 그저 걸핏하면 실수하는 엉터리가 엄마의 실체다. 자식에게 모질게 말해 놓고 돌아서서 후회하고, 엉뚱한 짓을 저지르고는 가슴을 치며 자신의 부족함에 부끄러워 눈물 흘리는 그런 보통 여자가 바로 우리 엄마다.
그래서 우리 엄마들은 불쌍한 존재다.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자식에게 보이지 않으려 기를 쓰고, 온 힘을 다해 자식을 키운다. 그러고도 자식들에게 모진 소리와 원망을 온몸으로 듣는 게 엄마다. 일부러 자식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은 엄마는 없다. 그땐 몰라서, 미숙하고 부족해서, 그게 제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말과 행동을 자식에게 했을 뿐이다.
엄마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은 자식은 엄마를 용서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엄마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때 최선을 다한 것이다. 하지만 그 최선이 훗날 보니 최고가 아니었을 뿐이다. 내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길러보면 그때서야 엄마의 심정을 알게 된다. 나보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훨씬 힘들었을 우리 엄마. 그 엄마가 나보다 더 자식을 위해 애쓴 거였구나. 비로소 엄마를 용서하고 이해하게 된다.
엄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아버지도 그러하다. 그도 평범한 남자였을 뿐이다. 자신의 욕망이 이그러진데 좌절하고, 가족이란 짐에 눌리고, 자신의 부족함에 한숨을 내쉬던 그런 초라한 한 남자. 길을 걸어가는 저 숱한 남자들 중 하나가 나의 아버지였던 거다. 그 또한 초인도, 완벽한 신도 아닌 그저 우리 주변 어디서도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그런 보통 남자였던 거다.
십가가에 못박히시며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나이다." 우리도 예수 앞에 고백해야 한다. "주여, 저희 부모를 용서하소서. 모자라고 부족하고 좌절된 욕망에 괴로워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채 있는 힘을 다해 우리를 낳고 키우고 보살폈을 뿐이옵니다. 주여, 당신이 저를 용서한 것처럼 저도 우리 부모를 용서하게 하소서."
양희은님의 엄마로서의 고백을 들으며 가슴이 뻐근해지고, 악동뮤지션 수현의 딸로서의 고백을 들으며 자꾸만 눈물이 나는 까닭은 우리 엄마가 바로 그 자리, 거기 있기 때문이다.
오늘 엄마에게 전화해야겠다.
그동안 날 낳고 기르시느라 애썼다고, 정말 애쓰셨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엄마가 고맙다고.
완전하지 못했어도 울 엄마를 너무 사랑한다고.
엄마 덕분에 지금 내가 여기 이렇게 서있는 거라고.
 
스텔라수녀님께서 보내주셨어요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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